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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이용해서 멜번 동물원에 가기로 한 우리는 각자 준비를 한가지씩 해오기로 했는데 나는 귤을 사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집에서 퀸 빅토리아 마켓이 무척 가까웠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는게 훨씬 이득이었다. 빅토리아 마켓은 멜번의 대표적인 시장으로 기념품을 비롯해서 다양한 과일까지 팔았다.


캠코더가 고장이 나서 수평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빅토리아 마켓에서 만다린(거의 귤과 비슷)을 2불치 샀다. 2불이었지만 4사람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었을 정도로 가격대비 양이 많아서 아주 좋았다.


멜번 동물원은 도심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약속된 장소 플린더스역에서 나머지 사람들을 기다렸다. 재준이형과 은호누나가 조금 뒤에 왔는데 낯선 인물이 한명 더 왔다. 은호누나의 클래스메이트 신지로 대만인이었다. 성격이 무척 활발해서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신지랑은 금방 친해졌다.

멜번 동물원을 이미 가본 재준이형을 따라 갔기 때문에 어떤 것을 탔는지도 기억은 안 나지만 흡사 열차와 같았다. 약 20분 정도 달리니 멜번 동물원에 도착 했다.

멜번 동물원은 학생이면 할인이 있지만 나만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 값을 내고 들어갔다. 한번 우겨볼려고 했지만 철저하게 학생증을 검사하는듯 했다.


처음 우리를 맞이한 동물은 돼지였다. 정확한 이름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떤 돼지 종류였다. 멀리서보면 이게 돼지인지 모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말 돼지 맞다.


흡사 멧돼지 같다.


여기에도 비둘기 대신에 갈매기들이 접수했다.


돼지랑 사진을 찍기 힘드니 얘라도 붙잡고 찍었다.


새들은 크게 흥미가 없어서 대충 보고 넘어갔다.


멀리서 이 곰을 보고 우리는 너무 웃겨서 뛰어왔다. 그러면서 '와~ 얘 진짜 못생겼다' 라고 마구 웃었다. 보통 곰들은 덩치에 비해서 귀여운데 얘는 좀 아니었다. 못 생겼다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우리 근처에 잘 오지 않았다. 사실 멜번 동물원은 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기가 무척 힘들었다.


자~ 다음은 어디로 갈까?


철창에 갇혀있는 사자는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기린은 정말 목이 길구나!


어째 우리 동물원에 오기는 했는데 우리들은 움직이지 않는 동물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멜번 동물원을 기대한 이유는 역사가 무척 오래되었고 자연과 어우러진 최고의 동물원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니 자연과 어우러진건 좋긴 좋았는데 문제는 동물이 죄다 자고 있었다는 것이다.


호주의 대표적인 동물인 웜뱃도 자고 있었다. 진짜 편하게 자고 있다.


뱀들이 모여있던 전시관에서 본 파충류들이었다.


오~ 얘는 정말 신기하기도 했고 안에 들어가서 사진도 같이 찍을 수 있었는데 문제는 시간도 정해져있고, 돈을 내야 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점심 먹고 다시 둘러보기로 했다. 점심은 은호누나가 싸왔던 유부초밥과 불고기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게다가 난 아침도 안 먹고 나와서 너무 배고픈 상태였다. 옹기종기 둘러 앉아서 점심을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 아닐 수가 없었다. 우리의 점심을 노리고 몰려든 갈매기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 보이긴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너무 추웠던 날이었다. 두꺼운 옷이 없었던 나는 이 날 계속해서 추위에 떨어야했다.

점심을 먹고 만다린까지 까먹으면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이제서야 살 것 같았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캥거루를 보러 갔다. 사실 야생의 캥거루를 보기는 많이 봤지만, 가까이에서 보고 사진도 찍고 싶었기 때문에 은근히 기대를 했다.


그런데 얘네들 자고 있다.


편안하게 늘어져서 잠만 자고 있던 캥거루들을 보니 나의 환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래도 캥거루는 콩콩 뛰어다니면서 나를 반겨줄거라 믿었는데 사람이 있어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캥거루야 좀 일어나봐! 나랑 좀 놀자고! 그 때 캥거루 한 마리가 주춤 주춤 일어나기 시작했다. 옆에 사람들은 '오~' 하면서 반겼는데 그것도 잠시 풀썩 주저앉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오~' 하던 것이 다시 '에~' 라는 실망의 탄성을 내뱉었다. 


오랑우탄이나 보러가자.


모형이 아니라 실물이다. 실제로 저런 포즈를취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웃겼는지 정말 생각하는 로뎅과 같았다.


이 곳부터는 계속 원숭이들만 나왔다. 종류도 많아서 누가 누구인지도 기억도 안 난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원숭이는 유리벽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길에 나와있던 새를 쫓아 우리는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코끼리를 보러 가기전에 만났던 코끼리 조형물들과 또 사진을 찍었다. 정말 동물원에 와서 이런 조형물들과 사진을 찍다니 기분이 색다르기만 하다. 


버터플라이 하우스에 도착한 우리는 다같이 찍은 사진이 없어서 한장 찍었다. 하지만  따사로운 햇살에 나는 얼굴을 가려버렸다.


다행히 나비는 졸고 있지 않았다. 따뜻한 버터플라이 하우스 안에서 날아다니는 형형색색의 나비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는 피곤함 몸을 이끌고 동물원을 빠져나왔다. 분명 동물원에서 오래 있었는데 동물은 거의 못 본 이상한 느낌이었다.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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