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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항상 지금 뭘 가장 하고 싶은지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아마 대부분의 일탈을 꿈꾸는 여행이 가장 해보고 싶다고 대답을 할 것이다.

나 역시 여행을 꿈꾸고 있었고, 그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었다. 군대에서 읽었던 수 많은 여행책을 보면서 나도 언제쯤 자유의 몸이 되어서 떠날 수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전역을 하고 막상 자유의 몸이 되면 그때의 기억들을 다 잊어버린채 다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한다.

"여행을 가고 싶기는 한데 돈이 없어서..."
"가면 좋겠지. 근데 시간이 없어".
"막상 나오니까 계획대로 잘 안되네."

나 역시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걱정을 했다.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도 안 해서 돈도 모으지 못한 상태였고, 이대로 못가게 된다면 여름에 여행 가겠다고 장담했던 말이 다 거짓말이 되어버리게 생겼다.

여행을 가기 위해 뭐든 해봐야하지 않겠냐며  학기 시작과 동시에 학교에서도 일하게 되었고, 중간고사 시점 이후로 다른 아르바이트도 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일과는 밤 11시까지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몸은 무척 피곤했지만 여행을 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하루 하루가 즐거웠다.

그렇게해서 모아진 돈은 고작해야 140만원가량이었다.  이 돈으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나는 슬슬 모자란 돈이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에 있어서 돈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여행을 하는데 중요한건 돈도 시간도 아니라 바로 떠나겠다는 결심과 의지만 있으면 가능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했던 아르바이트로 벌은 첫 달 월급 40만원은 분명 작은 돈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돈이 있을 때 질러야 한다며 바로 항공권 예약했다. 항공권을 사지 않으면 가지고 있었던 결심이 흔들릴까봐 있는 돈 다 털어서 샀던 것이다.

캐세이퍼시픽항공 싱가폴 편도 비행기 예매


나와 함께 했던 친구와 상상하던 여행은 동남아 최남단이었던 싱가폴부터 중국까지 이동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는 방법이었다. 어차피 육로로만 이동하자가 목표였으니 왕복 항공권은 필요 없었던 것이었다. 단, 항공권을 구입하고 나서 약 2주 뒤에는 중국 텐진(천진)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배표를 학생할인을 받아 9만 9천원에 구입했다. 출발 전에 준비라고 할 것도 없었고, 오로지 가는 항공기와 돌아오는 배만 확보한 상태였다.

내가 들고 간 돈은 오로지 93만원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당시 환율이 무척 좋아서 환전을 하니 1060달러정도 되었다. 물론 주변의 반응은 '편도비행기'와 '93만원' 이야기를 들고나서 경악을 했다. 돌아오지 못할거라는 모른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뿐만 아니라 돈을 벌어서 한국에 올 작정이냐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분명 있었다.

여행이 왜 하고 싶냐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냥 해보고 싶어서...' 라고 대답했다. 대전에서 태어났고,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던 나는 매일 똑같았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거창하게 떠나는 것도 좋으나 내가 마음 먹은 것을 실행해본다는 것 그 자체로도 너무 좋았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만큼은 너무나 자유롭고 행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여행날짜가 다가오니 너무나 기대되었다.

사실 동남아시아에 어떤 나라가 있는지도 자세히 몰랐다. 어디가 멋있는 장소인지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떠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설레였고,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걸 보고 싶어서 그래서 떠났다.


가방을 메고 떠나려하니 떨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발걸음만큼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이제 동남아시아로 간다!

안드로이드 어플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 출시로 인해 2007년에 작성했던 93만원 동남아 배낭여행의 모든 글을 수정, 재발행합니다. 동남아 배낭여행기는 SK텔레콤의 T스토어에서 어플을 다운(http://durl.kr/2u2u8) 받아 보실 수 있으며, 계속해서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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