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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를 떠나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은행 계좌를 폐쇄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호주는 단지 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매 달 일정 금액이 빠져나가는데 이를 폐쇄하지 않으면 돈이 없더라도 마이너스 통장이 되어버린다. 곧장 커먼웰스 은행으로 달려갔다.


날씨는 참 변덕스럽게도 맑았다가 비가 무지하게 내렸다. 아침만 하더라도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계속 비가 왔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니 거의 멜번이랑 비슷하게 느껴졌다.

커먼웰스 은행으로 찾아가 창구로 갔다. 계좌를 닫겠다고 하니 간단하게 이유를 물었다. 그야 "I'm leaving tomorrow" 라는 답변을 하니 웃으면서 호주 생활이 즐거웠냐고 물으면서 계좌를 닫아줬다. 이제 호주에서의 마지막 남은 일도 끝났고, 내 통장에 남아있는 돈을 전부 받았다. 이 돈은 호주를 떠나 홍콩, 태국, 캄보디아를 여행할 경비였다.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고, 시드니에서는 흔하고 흔한 한식당에 가서 먹었다. 호주에서는 항상 한국 음식이 그리웠었다. 식당 내에 있던 TV로 한국 방송을 보니 기분이 무척 묘해졌다.


식당을 나오니 비는 그쳤고 더이상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이거는 그나마 좀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호주에서의 마지막 날이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비만 온다면 돌아다니는데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다.


한번도 오르지 못한 시드니 타워였지만 딱히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분명 가격도 비싸겠지?


나의 숙소가 있었던 킹스크로스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늘 걸어다니긴 했지만 시드니 시티에서 킹스크로스쪽은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숙소로 다시 돌아간 이유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촬영한 영상을 기존에 만들어 놓은 것에 끼워 맞추려고 했던 것인데 계속해서 렌더링하다가 에러가 났다. 도무지 이유는 모르겠고, 초고속 인터넷이 어느 곳에서나 가능한 한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짜증만 날 뿐이었다.

호주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그 때 골드코스트에서 같이 지냈던 강석이가 마침 시드니로 놀러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녁에는 오랜만에 재회한 강석이와 소주도 좀 마시고 시간을 보냈다. 참 착했던 동생이었다.


필리핀에서 구입했던 싸구려 휴대폰을 호주에서도 그대로 사용했는데 이놈 참 튼실했다. 필리핀에서는 주머니 속에 휴대폰이 있는줄도 모르고 놀았고, 호주에서는 세탁기 속에 그대로 넣어버려  목숨이 위태위태했지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았다. 

강석이와 헤어진 후에 현석이에게 연락을 해보니 카지노에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멀었다.


시드니에 며칠 동안 있었는데도 가장 멋지다는 달링하버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 한 밤중에 오게된 것이다.


이미 상당히 늦은 시각이라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을 정도였고 달링하버의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LG 아이맥스관이 여기에 있었다.

시드니의 스타식스 카지노는 달링하버에서 다리를 건너가면 있었다. 불빛은 화려한데 입구를 못 찾아서 한참을 헤맸다.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지만 사람은 가득차있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나도 10불만 해보자며 넣어봤지만 역시나 요행은 금물이었는지 전혀 성과가 없었다. 깨끗하게 접고 카지노를 나왔다.

카지노를 나오자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거 날씨가 대체 왜 이러는거야? 킹스크로스에 도착했을 무렵 새벽 2시가 넘었고, 나는 새벽 4시 공항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에 한숨도 잠을 못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