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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뽓에 온 이유였던 '보꼬 국립공원'을 갈 수 없게 되자 마땅히 할만한게 없었다. 트레킹에 들어가는 비싼 금액도 문제이긴 했지만 '보꼬 국립공원'을 갈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깜뽓이나 구경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깜뽓 시내라도 구경할 생각으로 걷는데 갑자기 이 모든게 너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뜨거운 태양이 나의 의지를 꺾는데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지도를 보면서 이 곳이 어디인지 가늠하다가 곧바로 뒤로 돌아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는 나는 아저씨에게 물어 오토바이를 빌리고 싶다고 했다. 오토바이를 빌리는 가격은 4불이었는데 우선 이 아저씨는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시험을 해보려는듯 내 뒤에 올라타고 운전해보라고 했다. 마을 한 바퀴 정도는 아니고 몇 블럭 정도 돌다가 돌아와 방금전까지 아저씨가 타고 있던 그 오토바이를 빌려줬다. 그러니까 오토바이를 빌려주는게 따로 있던게 아니라 이 아저씨의 오토바이를 빌려주는것이었다. 그리고는 볼 일이 있다면서 버스 터미널까지만 태워달라고 했다.

나는 아저씨 뒤에 올라타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그리고는 바로 옆에 주유소가 있다면서 여기서 기름을 채워넣으라고 했다. 내가 껩까지 가고 싶다고 하니까 3불은 넣어야 할거라고 해서 2불 넣고 싶었던 것을 3불로 바꿨다.

곧바로 껩으로 향했다. 껩은 깜뽓에서 멀지 않은 작은 도시로 내 여행책에는 수산물로 유명한 곳이라고 되어져있다. 아주 짤막한 설명만 있어서 지도도 없고, 무슨 특징이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태였다. 깜뽓 시내 지도를 보며 껩으로 가는 길이라는 방향만 확인한채 달리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가 잠시 멈춰섰다. 강인지 호수인지 모를 물 웅덩이가 있었고 그 앞에는 작은 다리가 놓여져있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내가 타고 달렸던 오토바이는 역시 수동이었고, 씨하눅빌에서 빌렸던 오토바이보다는 좋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도중에 나는 무수히 많은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그건 다름이 아닌 이정표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껩으로 가는 내내 이정표 하나도 없어서 이 시골마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다. 이정표는 끝내 껩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보이지 않았고, 도착하기 마지막 사거리에서 딱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캄보디아의 도로 사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보이는데로 도로의 폭은 너무나 좁았기 때문에 맞은편에서 거대한 트럭이 오기라도 하면 나는 쫄아서 도로 옆으로 비켜서 달려야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내내 양 옆에는 논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캄보디아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 길 위에서 달리고 있으니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여기가 캄보디아인지 아니면 내가 캄보디아 사람인지 알쏭달쏭할 정도였다. 껩까지는 12km의 거리라서 꽤나 오래걸렸다.


껩에 거의 다 왔을 무렵 하얀 말 석상이 나타났고 우회전을 하니 껩이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 마을이 맞는지 뭐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오토바이에서 내리자마자 달려온 몇몇 아주머니와 꼬마 아가씨들이 비닐봉지부터 내밀었다. 비닐봉지에는 무언가 갈색빛이 맴도는 것이 담겨있었는데 내가 뭐냐고 물으니 씨푸드라고 소개했다. 자세히 보니 꽃게들을 삶아 잘라 놓은 것으로 껩이 유명한 해산물을 나에게 팔려고 했던 것이다. 가격은 2불정도 했던것 같지만 이 더운 날에 그것도 혼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와서인지 전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껩의 모습은 너무도 평화스러워 보였다. 아니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 생각에는 여기가 가장 사람이 많아야 할 곳 같은데 어쩐일인지 여행자는 나밖에 없는듯 보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왔지만 나도 더위를 그대로 먹으면서 왔기 때문에 뒷쪽에 보이는 곳으로 갔다. 아까 전에 나에게 씨푸드를 먹고 싶냐고 물어봤던 꼬마 아가씨가 와서는 무언가 먹고 싶냐고 물어봤다. 나는 그냥 콜라만 먹고 싶다고 시원한거 하나만 달라고했다. 예상했던 주문은 아니었는지 다른거 더 필요없냐고 계속 물어본다.

"여기... 침대에도 누워봐. 아주 편해."


하지만 가격은 1불 나는 웃으면서 콜라 하나면 됐다고 했다. 보통 이런 곳에 서양인들이 누워서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어쩐 일인지 여행자는 보이지가 않았다.


콜라 하나를 먹으며 쉬다보니 기운이 쫙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한번 또 달려볼까?


혹시 광고를 찍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TV드라마?



바로 그 옆에 보이는 하얀색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서 혼자 있으면 좀 외로울텐데... 무슨 사연이 있어 보이는데 잘 모르겠다. 껩의 바닷가는 색깔이 갈색빛이 도는 탁한 색깔이어서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좌측으로 쭈욱 이동해보니 재미있는 조형물이 나왔다. 아마도 껩이 게로 유명해서 그런가 보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는 했는데 정말 여기는 캄보디아에서도 너무나 시골인듯 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아가씨에게 가봤다. 이 주변에서 요리된 게를 파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가 지나가도 팔려고 붙잡지는 않았다. 워낙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확실히 관광지의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갔다 하다가 껩은 더이상 볼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혼자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기회가 한 번도 없어서 사진이나 찍어보려고 캠코더를 담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내가 가지고 있던 리모콘을 이용해서 혼자 사진 찍었다.


껩은 더이상 볼 것이 없어 보였고, 주변에 특별한 관광지도 없었던것 같다. 그래서 되돌아갔는데 도대체 껩은 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서부터 끝인지 모를 정도로 마을이라고 형성된 공간이 없었다. 그냥 이 일대를 가리켜 껩이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더 깊이 가지 않아서 잘 모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도로는 정말 좁았다. 내가 오지여행가도 아닌데 어째 이런 곳까지 돌아다니는 것일까?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껩으로 가는 이정표 역할을 했던 백마 석상이었는데 이 곳을 기준으로 우회전을 하면 껩으로 갈 수 있었다. 난 깜뽓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이 백마상을 뒤로 하고 달렸다.


달리기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 이렇게 간간히 멈춰서서는 사진을 남겼다. 생각해보면 깜뽓과 껩 사이에 있는 이 길도 지도 상에 표시되어있는데 이렇게 작고 좁은 도로였다.


1시간쯤 달렸을까? 다시 깜뽓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땡볕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더니 얼굴이 화끈거렸고, 나중에 살펴보니 완전 새까맣게 타버렸다. 옷입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완전 현지인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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