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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에 돌아온 우리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그냥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배도 부를 만큼 불러서 맥주를 더 마시지도 않았다. 휴가철이 시작되서 그런지 몰라도 카오산에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즐겁게 지냈던 카오산로드도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졌다. 호주에서 태국으로 넘어왔을 때 지루함에서 흥분되는 기분으로 바뀌면서 내가 비로소 여행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무려 1년 만에 돌아가는 한국이니 당연히 돌아가고 싶기는 했지만 이 길었던 여정이 끝을 보인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느껴졌다. 여행으로만 1년을 보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장기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카오산로드에서 눈으로만 쇼핑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던 그 때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태국인 라라가 나를 불렀다. 이 친구는 카오산로드에서 술 먹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 날도 다른 사람들과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도 이 무리에 끼어들어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이미 술을 마시고 있던 친구는 일본인으로 다이스케라고 했다. 얼굴도 훤칠하게 생긴데다가 성격도 무지 좋아서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원래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르거나 먼 사고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감되는 점도 많아서 외국에서는 쉽게 친해지는 편이었다. 특히 여행을 하면서 만난 일본인들은 무척이나 예의있었다.

다이스케는 이미 여행을 몇 달간 한 상태였고, 주로 동남아쪽을 돌고 있었다. 앞으로 라오스로 간다고 얘기를 해줬었는데 내가 09년 12월에 이메일을 보내봤더니 난데없이 아르헨티나에 있다고 답장이 왔다. 아무튼 이 친구는 1년을 예상하고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혹시라도 내가 도쿄에 온다면 재워줄테니 꼭 연락을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내가 홍콩을 간다고 하니까 지도를 집어주면서 괜찮은 곳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재미있게 얘기를 하다가 술을 먹다보니 바로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도 흥미를 가졌는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그들의 조합이 재미있었다. 한 명은 싱가폴 사람이었고, 한 사람은 부탄 사람이었다. 뭐... 태국에서는 특히나 카오산로드에서는 누구라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지나가면서 구경을 하던 한국인 한 사람도 끌어와서는 같이 마셨는데 이 한국인은 태국 여행도 처음이라 무척이나 경계를 했는데 한국인이었던 내가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며 합류하게 되었다.


시간가는 줄 놀다가 이런 것도 기념이니 사진을 찍자는 제의가 왔고, 우리는 새벽에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사실 그 당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냥 일본인 다이스케한테는 언제 한번 일본에 놀러가겠다는 말을 했고, 나머지 친구들에게는 페이스북 아이디를 적어주면서 나중에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말을 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새벽 5시 반까지 이어졌는데 나는 바로 다음 날 홍콩으로 가야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이 이상 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날은 서서히 밝아오기까지 했으니 몸이 피곤하지는 않아도 억지로라도 자야만 했다. 나는 이 친구들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와서 씻고 시계를 보니 무려 6시 반이었다. 밖은 새하얗게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날이 밝아 오는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지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 비행기는 점심에 있긴 했지만 그래도 홍콩으로 돌아가는 날인데 아침까지 놀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