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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도록 봤던 홍콩의 야경이었지만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오는데 나의 눈은 창밖에 펼쳐진 멋진 야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시 홍콩의 한 가운데에 멈춰선 나는 어디론가 가야 했다. 거의 누군가에게 떠밀리듯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여전히 홍콩의 거리가 무척 복잡하다고 느껴졌다. 지도를 봐도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 까닭에 늦은 시각까지도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홍콩은 어느 은행에서 발행했는지에 따라 지폐의 그림이 다른 매우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중국은행이 발행한 홍콩 20달러에는 바로 이 중국은행타워가 그려져 있었다. 아주 독특했던 건물로 그냥 겉모습만으로도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사선으로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밤에도 미래형 건물처럼 보인다. 물론 이 빌딩도 상당히 높긴 했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빌딩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긴 했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있었던 곳은 홍콩섬이었고, 나는 구룡반도(Kowloon)의 침사추이에 머물고 있었으니 바다를 건너가야 했다. 그렇다면 한번 배를 한번 타고 구룡반도로 가볼까? 올 때는 MTR을 타봤으니 또 타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 이번에는 페리를 타고 건너가보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선착장은 가까워 보였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지는 모르겠지만 IFC빌딩은 홍콩 어디에서도 볼 수 있었다.



늦은 시각에도 홍콩인들의 태극권 사랑은 끊이지 않았다.



내가 홍콩의 거리를 헤매고 있었던 시각은 이미 저녁을 지나 늦은 밤이어서 그런지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참 밝을 때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갔는데 내려왔을 때는 깜깜한 밤이라니 새삼 빅토리아 피크에서 너무 오래 있었던 게 아닌지 후회가 밀려왔다.



홍콩의 빌딩들은 독특한 외형도 외형이었지만 마치 네온사인처럼 빛나던 형형색색의 조명이 인상적이었다.



근데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페리를 타고자 찾고 있었던 센트럴 선착장(Central Pier)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지도를 보거나 혹은 이정표를 따라가면서도 내가 무진장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국제금융공사 IFC 빌딩을 쳐다보면서 사진을 찍으니 목이 아파왔다. 그래도 이 근처에 MTR의 센트럴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센트럴 선착장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 근처의 이정표를 보면서 찾아갔다. 물론 쉽지 않았다.



사진을 잘 못 찍으니 이렇게 멋진 사진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했다. 아마도 어떤 행사를 할 때 찍었던 사진인 것 같은데 야경과 어우러져 정말 멋져 보였다.



결국 찾았다. 센트럴 선착장까지는 참 오래 걸렸다. 이정표를 따라 찾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못 찾은 건지 아니면 이정표가 이상한건지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난 다시 한 번 홍콩의 이정표는 분명 이상하다고 투덜댔다.



늦은 밤 홍콩은 조용했지만 상대적으로 홍콩의 밤은 더 화려해 보였다.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연결해주는 스타페리를 타러 갔다. 구룡반도가 정말 가깝게 느껴져서 마치 큰 강에 떠있는 유람선 같아 보였지만 이곳은 엄연한 바다였다. 홍콩에서 돌아다니기 전만 하더라도 홍콩은 하나의 섬으로만 이루어진 줄 알았다.

스타페리를 타기 전에 물 한 병을 사고 탑승을 위해 옥토퍼스 카드를 내밀었다. 스타페리도 옥토퍼스 카드로 결제가 가능했다. 가격은 MTR에 비해 훨씬 쌌다. MTR의 경우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는(가령 구룡반도에서 홍콩섬으로 이동할 때) 가격이 더 비싸지는데 스타페리의 경우 애초에 홍콩섬과 대륙을 연결해주는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에 저렴한 모양이다.



페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흔들거림과 너무 어두운 탓에 내가 가지고 있던 캠코더로 멋진 야경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환상적인 멋이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한 여행가는 이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이어주는 스타페리를 '60센트의 호화로운 항해'라고 명명했다. 물론 그 사람이 여행했던 시기는 1980년대, 내가 홍콩을 여행했던 때는 2009년으로 엄청난 시차가 존재했지만 스타페리의 '2.2불의 호화로운 항해'는 여전했다.

나는 그 여행가의 행적을 뒤쫓아 가듯 이상하게도 비슷한 지역을 여행한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홍콩과 마카오를 여행한 후에 집에 있던 책을 다시 읽어봤는데 너무나 비슷한 느낌에 흥분이 될 정도였다. 혼자 했던 여행이었더라도 이 여행은 또 다시 새로운 경험과 공유로 이어지리라!



홍콩의 물가는 결코 싸지는 않았지만 스타페리의 야간 항해는 저렴한 유람선 같은 느낌이어서 나 같은 배낭 여행자에게는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해줬다. 그냥 바다 바람을 맞으면서 이동하는 것뿐이지만 나 역시 스타페리의 호화로운 항해에 만족했다.



내가 떠나왔던 홍콩섬 방향으로 야경을 바라보니 유명 기업들의 간판이 보였는데 그 중에서 한국기업도 몇 개 눈에 띄었다. 내 캠코더의 한계상 더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없다는 게 무척 아쉽기만 했다.

약 15분간의 짧은 항해를 마치고 구룡반도에 도착했다.



구룡반도에 넘어왔을 때는 이미 11시가 넘어버렸던 아주 늦은 시각이었다. 생각해보니 저녁도 안 먹고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전날 먹었던 국수가 다시 먹고 싶어서 템플스트리트로 가기로 했다.



걸어가기엔 살짝 먼 거리라서 MTR을 타러 내려갔다.



홍콩 여행할 때 옥토퍼스 교통카드는 매우 유용했다. 싱가폴의 이지링크 카드와 마찬가지로 바로 발급이 가능했는데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빅토리아 피크와 같은 입장료 지불도 가능했다.



조던역에 도착했을 때 다시 화려한 간판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어제는 복잡해 보이기만 했던 간판들이 하루 만에 친숙하게 느껴졌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템플스트리트에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해산물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해산물이 정말 먹고 싶었지만 그냥 입맛만 다셨다.



템플스트리트에는 나이트 마켓이 있었는데 내가 갈 때마다 너무 늦어서 그런지 철수 중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조금 둘러보기는 했지만 큰 시장도 아니었고, 특별히 눈에 띄는 물건은 없었다.



어제 먹었던 국수집에 찾아가 10홍콩달러짜리(약 1500원) 소고기 국수를 먹었다. 역시 맛있구나! 배가 부르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아침부터 이어진 나의 홍콩 투어는 새벽까지 이어졌는데 새삼 나의 체력에 놀라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 다음 날에는 마카오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