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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라를 가 본 것은 아니지만 매년 여행을 떠나는 듯한 나의 모습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돈이 얼마나 많길래 그렇게 자꾸 여행을 떠나는 거야? 정말 부럽다"

하지만 내 여행은 정말 큰 돈이 들지 않았다. 여행 자금은 남들이 옷을 사고, 어디론가 놀러갈 돈을 쓰는 동안 나는 그걸로 여행을 떠난 셈이다. 그러니까 돈이 있어서 여행을 떠났다기보다는 남들이 무언가 쓸 때 나는 그걸 안 쓰고 모았다고 해야 할까? 미얀마 여행도 현금은 고작해야 800달러가 조금 넘는 금액만 들고 갔을 뿐이었다.

2009년 12월 21일 드디어 나는 졸업생과 백수라는 동시에 2개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리고는 한 밤 중에 배낭에 대충 짐을 때려 넣었다. 12월 22일 새벽 4시 나는 한 숨도 안 자고 인천공항행 버스에 올라탔다. 아침 9시 비행기였기 때문에 나로써는 이렇게 이른 시각에 집에서 나와야 했다.

버스에 올라탄 후 곧바로 피로감에 곧바로 잠이 들었는데 창문에서 바람이 불어오는지 '쉬익쉬익'소리가 계속해서 들려 잠깐 잠깐 깨버렸다. 20일부터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던 까닭에 거의 쓰러지듯 잤는데 어느덧 찬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와서 눈을 겨우 떠보니 벌써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발권한 항공사는 중화항공이었지만 타이페이와 인천을 이어주는 항공사는 대한한공이었다. 따라서 대한한공 카운터에 가서 탑승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대한한공을 타 보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일찍 공항에 왔던 까닭에 시간이 너무 남았는데 인천공항에서는 이렇게 무료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네이버 로고가 큼지막하게 있던 것으로 보아 네이버측에서 제공한 듯 보였다.


에게~ 이게 대만까지 가는 비행기야? 제주도를 제외하면 처음 타보는 국적기였는데 저가항공이었던 에어아시아만큼  내 생각보다 훨씬 작은 비행기였다. 하긴 생각해보면 대만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으니 큰 비행기가 운행되지 않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륙하자마자 또 정신을 잃었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깊은 잠에 빠졌다.

구름은 솜사탕처럼 정말 풍성해보였다.


기내식을 먹은 뒤에도 역시 정신 없이 잤다.


대만의 타이페이 공항에는 현지 시각으로 12시경에 도착했다. 타이페이 공항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무척 작았다. 나는 홍콩 공항쯤 규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 반도 되지 않아 보였다. 면세점도 몇 개 없어서 딱히 구경거리가 없어 더 심심했다.


타이페이 공항에서 3시간을 대기했는데 이 시간이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졌다.


중화항공이 이전까지는 중국의 항공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대만 항공사였다. 좀 색깔이 촌스럽다는 단점이 보이긴 했지만 커다란 비행기로 보아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타이페이 공항은 유난히 더 심심했다.


미얀마로 가는 길이 참으로 험난해 보였다. 당장 태국에 도착해도 비자 신청하는 것과, 미얀마로 가는 항공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었기 때문이다. 미얀마가 '인연이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지루하던 대기 시간이 지나고 다시 태국으로 향했다. 불과 6개월 전이었던 2009년 7월에 태국에 있었는데 나는 다시 태국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나 역시 이렇게 빨리 새로운 여행을 하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또 기내식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난 후 이것 저것 눌러보며 모니터를 보는데 어디선가 스물스물 기어오는 발냄새의 압박이 느껴졌다. 설마 내 발냄새인가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원인은 옆자리 아저씨가 구두를 벗어서 생긴 것이었다.

비행 약 3시간정도 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방콕의 쑤완나폼 공항에 착륙했다. 방콕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5시가 넘었다. 우선 카오산로드까지 갈 차비가 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환전이 필요했다. 공항에서 환전을 하면 크게 불리하긴 했지만 급히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20달러만 환전을 했다.

미얀마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태국에 도착한 나는 너무나 익숙하게 지하로 내려갔고, 공항버스 카운터 직원은 나에게 어디로 가냐고 묻기도 전에 나는 "AE2(카오산로드로 가는 공항 버스번호)"라고 말해버렸다.


날씨는 의외로 선선했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니 한국에서 느끼지 못한 연말 분위기가 났다.

04/2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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