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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간에서 내 여행 친구였던 비키와는 이 날 하루 따로 다니고 있었는데 우연하게도 이 작은 파고다에서 만났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비키는 걷거나 마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이 하루는 완전히 따로 돌아다녔던 것이다. 비키는 혼자 걸어다니면 누군가가 공짜로 마차를 태워다주기도 했다면서 좋아했는데 내가 그건 너가 여자라서 그랬던거라면서 남자인 나는 땀이 범벅이 되도록 자전거를 타도 아무도 안 쳐다봤다고 원망하듯 얘기했다. 어쨋든 우리는 저녁에 쉐산도 파고다에서 일몰을 같이 보자고 한 뒤에 헤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올드바간의 방향으로 갔다. 오르막길이 있을 때마다 죽을맛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돌아갈 때는 조금 덜 힘들었다. 오르막길이 더 많았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생고생을 하고 있다고 여겨질만큼 달렸을 때 올드바간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 옆으로 지나다니는 마차를 보면 거의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전거를 마차에 실어서 가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긴 했지만 마차에 자전거를 싣는게 쉬워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미 난 올드바간에 거의 다다른 상태였다. 


여기는 또 무슨 파고다일까? 이제는 파고다를 둘러보는 것도 지쳐서 그런지 길가에 있었던 파고다는 관심 밖이었다. 그냥 잠시 멈춰서서 구경만 하다가 이내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미얀마에서는 작은 차량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타있는 모습은 매우 흔한 장면이었다. 빼곡하게 짐을 쑤셔넣고는 사람들의 자리는 그 남는 공간의 구석이 되었고, 심지어 차 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아찔한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올드바간으로 돌아와서는 그 꼬마아이를 찾고 싶었다. 바간에 머무르는 동안 카메라 속에 있던 꼬마 아이가 엽서를 들고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계속 떠올라서 꼭 이 아이를 찾아내서 엽서를 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아이를 만났던 장소 주변을 배회하며 또래 아이들을 찾아봤다. 


작은 천막에서 마이크로 무언가 외치는 소리가 났는데 사람들이 그 소리에 따라 종이를 보고 웅성거렸다. 아마도 빙고같은 게임이었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이 주변을 한참이나 돌았지만 내가 찾던 그 꼬마아이는 찾지 못했다. 결국 너무 더운 날씨에 잠시 쉬기로 하고 올드바간의 거리로 나왔다. 시원한 냉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주변을 찾아봤는데 전부 미얀마의 찻집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구석으로 가니 외국인들을 위한 레스토랑인지 조금 비싸보이는 식당이 하나 보였다. 냉커피 한 잔에 1500짯이나 했지만 그냥 날씨도 덥고 다리도 아프고해서 그냥 앉아서 커피만 시켜서 마셨다. 근데 맛이 별로 없었다. 


나는 다시 아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조금 둘러보다가 근처에 있던 아난다 파고다로 향했다. 


아난다 파고다 앞에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몰라도 다른데서는 엽서나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반해 이 곳은 조금 다른 종류의 상인들이 많았다. 


아난다 파고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통로까지 이런 물품을 팔고 있었다. 여기서는 이상하게 사달라고 달라붙는 일이 없었다. 


파고다는 지겹다고 말하곤 했지만 그래도 아난다 파고다는 꽤 유명한 곳이기도 하니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1091년에 짱짓따왕에 의해서 만들어진 아난다 파고다의 높이는 53미터였다. 내부 동서남북에 각기 다른 부처상이 있었다. 


아난다 파고다를 구경할 때는 사방에 부처상이 있는지도 모르고 구경하다가 옆으로 이동할 때마다 부처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똑같은 부처상인줄 알았다. 하지만 전부 다른 부처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모습도 조금씩 틀렸다. 사진 찍는게 귀찮아서 안 찍었더니 지금에 와서는 4개의 부처상을 비교할 수가 없다. 

아난다 파고다는 바간에서도 보존이 잘 되어있는 곳이라고 한다. 게다가 각 부처상마다 금박이를 붙여놓아서 그런지 더욱 반짝이고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아난다 파고다 내부를 구경하고 밖으로 나오니 사원 내부에 이런 장소가 있었다. 맨질맨질한 대리석 재질이 아니라 이런 땅이라고 하더라도 파고다 내부에서는 무조건 맨발로 다녀야 했다. 이미 나는 미얀마 파고다를 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맨발로 다니는 것도 꽤 편했다. 


미얀마 전통화장품인 타나카를 바르는 모습이 너무 친근하게 느껴져서 걸음을 멈추고 지켜봤다. 타나카라는 나무를 돌판에 물과 함께 갈은 뒤에 그걸 얼굴에 바르는 것인데 외국인들에게는 이 모습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미얀마에서는 보통 어린 아이 그리고 여자들이 타나카를 바르고 다닌다. 


타나카를 바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난다 파고다의 앞에는 재래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이 곳이나 구경하기로 했다. 바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그래도 좀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이런 시장에서는 전부 미얀마 사람들 뿐이었다. 하긴 아무리 미얀마의 주요 관광지를 간다고 하더라도 태국처럼 흔하게 보이던 외국인이 쉽게 보이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왜 그래? 꼬마야. 울면 안돼. 귀엽게 생긴 꼬마아이가 밥을 먹으면서 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게 보였다. 생각 같아서는 앞으로 가서 달래주고 싶을 정도였다. 울지말고 씩씩하게 자라렴. 


한국 드라마가 더빙 되지 않고 그대로 방영하는 미얀마에서는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바간에서 한국인이라고 하니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구준표 알아?, 은서 알아?" 였을 정도였다. 


시장은 여러가지 생활용품을 팔고 있었다. 옷, 식기, 장난감, 복제영화나 드라마 DVD까지 말이다. 

나는 시장을 구경한 뒤에 다시 자전거를 타고 아난다 파고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꼬마 아이를 찾지 못했다. 아이들의 엽서를 꼭 사주겠다고 다짐했는데 서서히 날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 때 생각난 것은 땃빈뉴 파고다의 소녀였다. 내가 찾는 꼬마 아이의 엽서를 사주지 못하면 다른 아이의 엽서라도 사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땃빈뉴 파고다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