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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놀이에는 뭐가 있을까?

이런 고민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놀이들은 대게 윷놀이, 팽이치기, 그네뛰기라고 말하면 다행이고, 간혹가다가 고스톱이라는 어이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사실 놀이문화도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이자 지켜야할 유산인데 이런 문화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주 우연찮게 백제의 전통놀이를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아니 다른 문화도 아니고 백제의 전통놀이라니 이건 좀 신기하지 않은가? 


공주박물관을 새롭게 개장한 충청남도 역사박물관을 가게 되었다. 사실 서울에서 내려가긴 했지만 공주는 원래 고향인 대전과도 무척 가까운 지역이라 전혀 다른 지역이라고 느껴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 이런 박물관이 있다는 것도 몰랐으니 그만큼 관심이 많이 없었다는 이야기라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다. 


충청남도 역사박물관을 방문하자 특별히 준비를 하신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백제의 전통놀이였다. 물론 전통놀이를 재연할 아이들의 관심사는 내가 아니라 오로지 줄넘기에 있어 신나게 뛰기만 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보니 참 순수해 보여서 보는 사람들도 즐거워졌다. 


잠시 후 아이들은 전통놀이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한 눈에 봐도 생소한 보드판이 신기했다. 이미 이 아이들은 전통놀이에 대한 게임방법을 익힌 상태였고, 즐기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단계였다.


기존의 전통놀이에 대한 인식을 확 깨버렸는데 이름은 쌍륙이라고 한다. 놀이방법은 생각보다 복잡해 보였다. 물론 설명만 듣고 직접 해보지 않아서 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이 게임의 방법은 여러 개가 있다고 한다. 가장 간단했던 게임의 방법은 체스말처럼 보이는 말을 주사위 2개를 던져서 숫자의 칸으로 이동시키고, 다시 회수하면 이기는 놀이였다. 


다른 게임은 저포놀이라고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윷놀이가 연상되었지만 사실 윷놀이보다는 훨씬 복잡해 보였다. 대신 윷놀이와 비슷하게 윷을 던져서 말을 움직이는 방법은 유사했다. 


윷에는 송아지나 꿩처럼 동물이 써있었는데 이것이 게임의 중요한 요소인 듯 했다. 


아이들이 전통놀이 하는 모습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을 때 재미있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사실 이런 쌍륙이나 저포놀이의 경우 정확한 방법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전통놀이를 복원하겠다는 일념하에 각 문헌에 나와있는 자료들을 모아서 연구한 끝에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노력과 정성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책의 한 줄에 나와있는 글을 모아서 놀이 방법을 알아내다니 이건 보통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원래 이런 저포놀이나 쌍륙은 조선시대에도 즐겼을 정도로 인기있었던 놀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우리의 머릿속에 사라진 놀이는 다름이 아닌 일제시대를 겪으면서였다. 우리나라의 전통놀이들도 역시 민족말살정책에 의해 사라졌던 것이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바로 고스톱인데 우리는 그걸 가장 많이 즐기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왜 우리의 잊혀졌던 놀이문화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마치 신의 한 수를 두는 것처럼 보여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사실도 좋았지만 아이들이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주변에 선생님들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재미있게 놀이에 임하는데 어느 컴퓨터 게임 못지 않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 


"이번에는 꼭 이길거예요!" 의지를 불태웠던 꼬마는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자 신이 났다. 오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고 하는데 마지막 판에는 꼭 이기겠다고 말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흰색 말이 이길 것처럼 보였다. 주사위를 열심히 굴리는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하지만 나중에 모든 놀이가 끝나고 내 앞으로 뛰어가면서 "아~ 진짜 이길 수 있었는데... 아까 졌어요!" 라고 말했다. 나도 거의다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해서 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해맑게 웃으며 뛰어가던 아이들의 미소가 너무나 맑았다. 


아이들은 너무 더웠을텐데 지켜보는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의상을 차려입는 수고를 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아이들이 그 더운 날을 참고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대견스러워 보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 대단했다. 아마 다른 꼬마 아이들이었다면 벌서부터 덥다고 칭얼대지 않았을까? 

백제의 전통놀이인 쌍륙과 저포놀이는 사실 일반인에게는 굉장히 생소했다. 놀이방법도 그랬고, 이런 놀이가 있는지 조차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2010 세계대백제전 때 일반인들이 직접 놀이도 즐길 수 있게 한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찾아가 봐도 좋을거 같다. 

충청남도 역사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왔을 때 아이들은 여전히 이 앞에서 줄넘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나도 이 아이들과 함께 줄넘기를 하며 놀게 되었다. 아이는 얼굴이 빨개지고, 땀을 뻘뻘 흘렸는데도 너무 좋아하며 계속 줄넘기를 했다. 근데 문제는 내가 힘들어 죽겠다는 거다. 


내가 이만 가봐야 한다고 했는데도 놓아주지 않았던 아이들을 뒤로 하자 "그럼 잘가요! 또 놀러와요!" 라고 손을 흔들었다. 백제의 어린이들을 만나고 온 나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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