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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호수는 듣던대로 광활했다. 마치 바다와 같은 넓은 호수라서 내가 타고 있었던 이 작은 보트는 너무 초라할 정도였다. 하긴 보트가 작다보니 간혹가다가 내 옆에서 다른 보트가 지나가면 파도가 몰려와 작은 출렁임에도 심하게 요동치긴 했다.


바다인지 호수인지 모를 이 거대한 호수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삶 그 자체였다. 집도 있고, 생산의 터전이었고, 교통로였다. 인레호수가 독특했던 것은 단순히 호수가 넓고 멋져서는 아닐 것이다. 인레호수에 오면 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보이는 파고다들, 미얀마에서는 불교를 빼놓고는 아무것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갑자기 다가온 작은 배는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했으나 이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물건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내가 이런 물건을 쉽게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도착한 곳은 내가 기대했던 시장이 아니라 그냥 기념품가게였다. 원래 기념품가게는 구경하는 재미만 있기 때문에 그냥 한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끝이 났다.


방직을 짜고 있었던 여인들은 태국에서 가끔 보이던 목이 긴 부족이었다. 미얀마에서도 목이 긴 부족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이들은 태국과 미얀마 부근에 살던 부족인데 어느 순간부터 국경이라는 것이 생겨버려 다른 나라의 사람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대충 기념품가게를 보고 5분만에 나오니 밖에서 차 한잔을 줬다. 기대했던 플로팅마켓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밖에서 차를 마시고, 땅콩을 집어먹으니 나쁘지는 않았다. 근데 차는 왜 주는 거지? 공짜이니 먹기는 했지만 아무튼 차를 마시고 난 뒤 일어나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건기일 때는 어느정도 괜찮을거 같은데 우기일 때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게 좀 궁금했다. 분명 인레호수는 더 커지고 수위도 높아질텐데 여기에 있는 집들과 구조물은 안전할까? 주변을 바라보며 괜한 걱정을 하곤 했다. 


다음 장소로 도착한 곳은 은을 만드는 곳이었다. 어째 상업성이 짙은 곳만 돌아다니는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구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마 인레호수에서는 은이 매우 유명한가 보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은 이 물고기였는데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배낭여행자에게는 이런 목걸이를 하나 사는 것조차도 사치였던 것이다. 


조금 낡아보이는 작업장이었지만 다들 수작업으로 공예를 하고 있었다. 내가 지나가도 쳐다도 안 보는 것을 보면 매우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은으로 만든 그릇, 반지, 귀걸이, 목걸이가 가득했다. 바로 앞에서 한 여인이 나를 보며 무엇을 보고 싶냐고 묻기는 했지만 나는 구경만 했다. 


사실 여기에는 은이 유명하긴 한지 배위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도 은공예품이 가득했다. 하지만 가끔 이러한 물건들 중에는 가짜 은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배를 타고 다가와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보고 새삼 이들의 삶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끈질긴 요청에도 구입을 거절했던 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낮은 곳도 있었네?


다시 배를 타고 이동했다. 나는 아저씨에게 기념품가게들은 구경할 필요가 없으니 다른 곳을 가자고 했다. 생각보다 인레호수에 대한 감동이 덜해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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