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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5시가 넘었다. 하루라도 더 머물고 싶다고 생각해서 양곤의 일정을 이렇게 잡았던 것인데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많이 지루했다. 그건 그거고 배고파서 뭐라도 먹어야 했다. 숙소에서 나와 우선 노점이 많은 차이나타운 방향으로 향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돈은 고작해야 1550짯(약 1550원)이었는데 다음날 새벽에 미얀마를 떠나기 때문에 환전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저 이 돈으로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 

차이나타운 부근을 돌아다니는데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이전에는 아무리 돌아다녀도 음식을 팔고 있는 노점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맛있어 보이는 것들이 없었는데 어째 미얀마에서의 마지막 밤이되니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음식이 너무 많았다. 

'이걸 먹어볼까? 아니 조금 더 돌아다녀보고 결정해보자.'

항상 물건을 고를 때 소심해지는 성격이 이 때도 발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가진 돈은 1550짯인데 아무리 노점이라도 보통 1000짯정도 할테니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노점에서 파는 국수가 눈에 띄었다. 거리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던 이 노점에서는 바로 미얀마 음식인(정확히 말하자면 샨족의 음식) 샨 카욱쉐를 팔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모습을 보기만 했는데 너무 맛있어 보였다. 가격을 물어보니 600짯이었다. 1550짯만 가지고 있었던 나로써는 좀 애매한 가격대였지만 주저하지 않고 한그릇 달라고 했다. 


일반적인 라면 그릇의 반정도 되는 용기에 국물이 담긴 샨 카욱쉐가 나왔다. 보기에는 허옇고 밋밋할 줄 알았는데 면을 살짝 비비니 약간 걸쭉해지고, 얼큰한 국물로 바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맛있었다. 미얀마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을 정도였는데 얼큰한 맛에 꼭 라면을 먹는 느낌이었다. 반찬으로는 미얀마의 김치라 불리는 친팟도 나왔길래 먹어봤는데 이건 장아찌와 비슷한 맛이 났다. 

작은 돈으로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저녁을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저렴한 음식을 잘 찾아서 먹은 것 같았다. 국물 하나 남김없이 깨끗하게 먹었다. 

사실 미얀마에서 샨 카욱쉐를 2~3번 시도해봤는데 그 때마다 맛이 다 틀렸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얼큰한 맛이라고 하는데 내가 먹었던 샨 카욱쉐는 다 밋밋하기도 하고, 맛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토록 찾았던 샨 카욱쉐를 미얀마의 마지막 밤에 먹어보게 되다니 이건 행운이었을까? 

양곤 차이나타운에서는 저녁 때가 되면 샨 카욱쉐를 파는 노점이 여러군데 생긴다. 음식이 맛없기로 소문난 미얀마에서는 샨 카욱쉐가 가장 먹을만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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