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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를 돌다 보면 생김새는 비슷한데 이름은 다른 교통수단이 있다. 대부분 오토바이를 개조한 교통수단인데 택시처럼 타고 다닐 수 있다. 택시가 없는 도시라면 저렴한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대도시의 경우 관광객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소음도 심한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태국이나 라오스 등에서는 뚝뚝이라고 부르고, 필리핀에서는 트라이시클이라고 부른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교통수단이 있다. 바로 삼륜차 바자이(Bajai)다. 다른 도시에서는 자전거를 연결한 베짝(becak)도 있지만 자카르타에서는 베짝보다 바자이가 많이 보였다.


자카르타에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정신이 없었는데 바자이를 잡아타고 감비르로 이동하기로 했다. 대게 이런 교통수단이 그러한 것처럼 바자이도 역시 흥정이었다. 3명이면 얼마에 갈 수 있냐고 물어보니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주섬주섬 꺼내더니 2만 5천 루피아를 보여줬다. 비싸다!

거리에 바자이는 무지하게 많다. 즉시 다른 바자이를 잡아 얼마냐고 물어봤다. 적당하게 2만 루피아에 3명으로 하자니까 이 아저씨는 좋다고 했다. 사실 허름한 바자이에 3명이 타는거라 2만 루피아도 결코 싸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여긴 자카르타였다. 물론 자카르타 물가를 아직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수도라서 다른 도시보다는 비싼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 작은 바자이에 3명이 올라타기엔 정말 버거웠다. 사람 몸이 올라타는 것도 힘든데 각자 배낭을 메고 있어서 옆문을 닫기도 힘들었다. 거의 문은 내가 손으로 붙들고 달릴 정도로 힘겨운 이동이었다. 돈을 내고 타는 교통수단인데 어째 더 고생스러워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제법 귀여운 자동차 같아 보이는 바자이도 안에서 보면 허술하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까닭에 안에서도 시끄러운 소음을 그대로 들어야 했고, 앉는 자리도 대충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도 커다란 도로에 차량과 함께 뒤엉켜 달리는 바자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아마 이런 종류의 교통수단 중 가장 관광객에 잘 맞춰져 있는 것은 방콕의 뚝뚝이다. 방콕의 뚝뚝은 대중교통이라기 보다 관광객의 입맞에 맞춘 형태이기 때문에 자리도 잘 마련되어 있고, 달리면서 경치를 구경하기에도 좋다. 물론 방콕의 뚝뚝은 철저히 관광객에 맞춰져 있어 비싸다.


아주 잠깐 달렸는데도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 좁은 자리에 3명이 탔다는게 더 신기할 정도다. 우리는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탑이라고 할 수 있는 모나스(Monas) 앞에 도착했다. 뭔가 정신없이 다니고 있었다. 아직 인도네시아는 커녕 자카르타에 대해 파악 되지 않은 상태였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