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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부두르에서 막차를 타지 않았기 때문에 히치하이크를 하지 않았다면 정말 족자카르타로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중간에 버스를 타고 아주 편하게 족자카르타로 향하면서도 그 친절했던 아저씨가 계속해서 생각났다. 대화는 커녕 얼굴도 볼 수 없어 어떤 아저씨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는데 너무 급박하게 헤어져서 아쉬웠다. 하다못해 음료수라도 사서 고맙다는 인사를 할 참이었는데 버스에 정신없이 올라탄 것이다. 그것도 거의 떠밀다시피 가라고 했다.


아무튼 여러 우여곡절 끝에 족자카르타로 무사히 돌아왔다. 보로부두르를 가기 전에 알았던 사실이 족자카르타에는 버스 터미널이 두 군데 있었는데 여기는 남쪽에 있던 버스 터미널이었다. 보로부두르를 갈 때도 이곳에서 출발하지 않았을 뿐더러 말리오보로 거리까지는 상당히 멀었던 터미널이다. 때문에 터미널에서 다시 말리오보로 거리까지 가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도 족자카르타까지 왔는데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탓에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일행 중 한 사람이 버스에 휴대폰을 놓고 내렸다고 했다. 이미 버스는 떠난 뒤라서 찾을 방법이 없었다.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분실물 신고를 하고 가자고 했다.


찾을 가능성이야 사실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인도네시아에서 겪은 친절함 때문에 실락같은 희망을 가지기로 했다. 기본적인 정보를 작성하고, 머물고 있는 숙소까지 작성하기는 했는데 문제는 전화번호가 없었다. 우리가 게스트하우스 번호까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난감하기는 했지만 최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혹시라도 분실물이 들어오면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밖으로 나가니 트랜스족자(버스)를 타는 정류장이 보였다. 여기는 족자카르타에서도 거의 남쪽 끝에 있어서 그런지 말리오보로까지 한번에 갈 수 없었다. 갈아탈 수도 없었다. 게다가 트랜스족자 운행 시간도 거의 끝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충 살펴보니 말리오보로 거리 근처인 삼셋까지 트랜스족자를 타고, 그 이후에는 걸어서 가면 될 것 같았다.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바로 삼셋으로 가는 트랜스족자에 탔다.

30분 정도 이동하니 삼셋에 도착했다. 거리는 어두워 어디가 어딘지 잘 몰랐지만 사람들에게 물어 말리오보로 거리까지 걸어갔다. 힘들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족자카르타, 말리오보로 거리 근처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로도 감사해야 했다.


좀 걷다보니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밤이라서 정확히 뭘 파는 곳인지 뭘 먹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말리오보로 거리 코앞까지 왔다. 아니 근데 여기에 열차가 다니고 있었나?

 
익숙한 말리오보로 거리를 보자 정말 감격스러웠다. 트럭 아저씨와 지나가던 버스가 머침 멈춰서 태워주지 않았다면 돌아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생각도 잠시 이미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겨서 그런지 너무 배고팠다. 일단 밥부터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을 찾아갔다. 꽤 늦은 저녁식사였다.

그리고는 인터넷 카페를 찾아 헤맸는데 너무 늦은 시각이라 대부분 다 닫았다. 말리오보로 거리와 소르로위자얀 거리는 항상 여행자로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식당이나 인터넷 카페는 이른 시각에 닫는다. 인도네시아의 원래 문화인지 아니면 손님이 없기 때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메일을 써야 한다는 동생이 있어 전날 묵었던 티파 게스트하우스 앞으로 갔다. 혹시나 무선 인터넷이라도 잡힌다면 이메일 하나 정도는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티파 게스트하우스도 역시 문을 닫은 상태였다. 바로 앞에 의자가 있어 그곳에서 와이파이를 잡아봤는데 신호가 약하긴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폰으로 이메일을 작성하고, 나는 옆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한참 뒤에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돌이었다. 나는 어디선가 그냥 떨어진 돌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가 던진거라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했다. 누가 왜 돌을 던진단 말인가.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돌이 떨어지자 진짜 누군가 우릴 대상으로 돌을 던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린 아이들의 장난이라 생각해서 그냥 자리를 뜨려고 일어났다. 어차피 인터넷도 안 잡히고, 이메일도 못 쓴 상태라 굳이 있을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뒤를 돌아 걸어가는데 이번에도 돌이 또 던져졌다. 너무 화가났다. 손님인지 아니면 주인인지 몰라도 티파 게스트하우스에서 돌을 던진게 틀림 없었다.

항의를 하려고 문을 두드리자 갑자기 티파 게스트하우스 아저씨가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막무가내로 우리를 밀치기 시작하는데 너무 황당했다. 먼저 돌을 던지지 않았냐고 하자 그 아저씨의 대답이 왜 맘대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느냐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거의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하는 말은 듣지도 않은 채 밀치면서 욕까지 해댔다.

분명 티파 게스트하우스는 전날 묵었긴 했지만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권리는 없긴 했다. 잘못하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돌을 던진단 말인가? 그리고 정작 화가난다면 나와서 뭐라고 하면 될 것이지 돌을 몇 차례 던진 후에 다짜고짜 사람을 밀치면서 욕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데 이 아저씨 정말 눈이 시뻘게져서 거의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술을 마신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 성격인지 모르겠지만 말도 통하지 않았다. 동네가 떠나가도록 욕을 하고, 경찰을 부른다는 소리에 알았다고 해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해봤자 이 아저씨에겐 들리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그냥 알았다고 말하면서 그 자리를 피했다. 뒤에서 욕을 하든 말든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별의 별 사건을 다 겪었지만 이번처럼 황당했던 적도 처음인 것 같다. 원인은 무선 인터넷 사용했다는 잘못이기도 하지만 괜히 억울했다. 심지어 원하는 이메일도 보내지 못했는데 사용했다고 욕만 먹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에서 친절한 경험을 다 겪고, 이런 일을 당하니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