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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박원순 시장님께 간단한 질문조차 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과 너무 많이 초청된 블로거, 그리고 정치인의 너무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된 행사(박원순 서울시장과 블로거의 생생토크)에 대해선 매우 유감이다. 고작해야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고 섭섭하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박원순 시장님을 아무리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정치인과 만나는 간담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주최측에서 먼저 참석을 요청했기 때문에 자리에 함께 했던 것이다. 그렇게 참석했지만 결국 구경만 했던 간담회에 왜 내가 필요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먼저 간담회의 미숙한 진행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줄 몰랐다는 것은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 이미 여러 차례 간담회를 진행해 본 tnm이나 서울시인데 그 많은 인원을 모았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난 번에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만남 당시에도 꽤 시간이 초과되었고, 많은 질문이 오고 갔던 것을 생각해 보면 예측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사실 블로거들이 박원순 시장님을 그저 좋아해서 참석하는데 의의를 가지고 있다면 별 무리는 없었겠지만 과연 블로거나 서울시나 그 정도로 만족을 할까? 서울시는 작은 미디어라고 볼 수 있는 블로그를 통해 시정을 전달하고, 자연스러운 홍보도 노렸을 것이다. 블로거 역시 시의적으로 중요한 인물을 만나보고 한마디 할 수 있다는 대표성을 느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간담회 당시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먼 곳에서 시장님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찾아 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한마디 하기 힘들었던 행사는 무척 아쉬웠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느꼈지만 정치인들이 보여주기 식으로 이런 간담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짧은 질문과 답변만 하는 것이 아닌 진솔하게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 방법은 많다. 소수 정예 인원만 모아 간담회를 진행하거나 자주는 아니더라도 1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정기적인 자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혹은 특정 주제의 블로거들이 대표가 되어 참석할 수도 있다.

왜 꼭 사람이 많아야 간담회가 성공리에 진행되었다고 의미 부여가 가능할까? 주제에 맞는 블로거만 모이더라도 충분히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말이다. 가령 요리 블로거라면 물가, 식품, 건강, 주부 등의 정책이나 대화를 끌어 낼 수 있을테고, IT블로거라면 서울시 뉴미디어, 공공 인터넷 서비스, 대중교통 안내 시스템 등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난 아프리카, 올레TV, 트위터, 미투데이 등으로 생중계 되었던 행사가 소통이 아닌 정치인의 보여주기 식으로 느껴졌다. 아무튼 취임 100일 기념에 크고 화려한 행사도 아닌 일개 블로거들을 만난 서울 시장님께 원래 드리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직접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뒤늦게나마 전달하고자 한다.

항상 배낭여행을 했기 때문에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 어떤 불편을 겪을지 생각하곤 하는데 지하철 1일 패스권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검색을 해보니 불과 1달 전에 외국인 전용 지하철 카드인 엠패스를 발행한다는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엠패스는 1일권, 2일권, 3일권, 7일권이 있으며 충전을 하면 하루에 20회를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볼 수 있는 외국인 전용 교통카드였다.


언뜻 굉장히 유용할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정말 쓸모 없는 카드처럼 보인다. 어느 여행자가 하루에 20번이나 대중 교통을 이용한단 말인가? 아무리 서울이 도심이 넓어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돌아다니기 힘들다 하더라도 환승까지 되는 시스템 내에서 하루 20번은 그냥 하루 종일 지하철만 타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 어이없는 교통카드를 왜 만들었는지 조사해봤다. 티머니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대중 교통 카드 ‘티머니 시티패스’를 2006년에 만들었는데 이것도 역시 1일 20회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다. 하지만 원하는 금액만큼 충전이 불가능하고, 잔액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엄청난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1년 동안 판매된 카드는 고작 2291장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굴욕적인 카드였다. 이에 대한 내용은 상상쟁이 다람쥐님 블로그에서 이미 지적한 바가 있다.



티머니 시티패스를 보완해서 만든 카드가 바로 ‘티머니 시티패스 플러스’다. 교통과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지정된 음식점도 이용할 수 있다. 말로는 나름 괜찮은 카드다. 하지만 시티패스 플러스도 단점이 있었으니 먼저 판매하지 않는 관광안내소가 많았고, 도심을 벗어난 곳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주로 구입을 한 카드였다. 즉, 외국인을 위한 카드를 만들었는데 내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참 복잡하지만 아마 이런 이유로 외국인만 구입할 수 있는 ‘티머니 엠패스’를 만든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근데 여기에서 평소에 티머니를 이용해서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궁금한 점이 생긴다.

그냥 티머니 교통카드를 쓰면 안 되나? 역시 조사해 봤다. 지하철에서 구입할 수 있는 티머니 교통카드 하지만 잔액 환불은 500원의 수수료가 존재하고, 카드 환급은 불가능했다. 만약 짧게 머무는 여행자라면 3000원과 500원을 내면서까지 티머니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바보스러운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1일 패스권 엠패스를 구입하자니 최소 10번 이상(지하철 1회 요금이 1000원이라 가정할 때) 타야 이득이니 비효율적이다.

가까운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2가지로 나뉜다. 교통비가 비싼 나라, 일본이나 호주의 경우 대부분 하루 3회 이용 시 정기권을 사용하는 편이 유리했다. 호주 멜번은 트램 한 번 이용(2시간)하는데 3.7불이었지만 1일 패스권은 7.4불이었다. 일본 오사카의 지하철은 한 번 타면 200~300엔이었지만 1일 패스권은 800엔이다. 주말에는 할인이 되어 600엔이면 구입할 수 있다.

교통비가 저렴한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가령 홍콩이나 싱가폴에서 정기권을 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홍콩이나 싱가폴은 공항이나 가까운 MRT역에 가면 이지링크 카드, 옥토퍼스 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 이는 현지인들도 이용하는 대중 교통카드로 똑같이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고, 출국하기 전에는 남아있는 잔액은 물론 카드의 보증금도 환급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비교해봐도 대중 교통 요금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홍콩이나 싱가폴처럼 간단하게 카드를 발급받고, 환급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잘 적용해 보는 것이 좋아 보인다.


정리를 해보자면 1일 20회 이용은 여행자에게 매력이 전혀 없다. 제대로 된 정기권이라고 볼 수 있는 티머니 교통카드는 환급이 되지 않아 여행자에게 불편하다. 이건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데 좀 현실적인 외국인 전용 카드를 만들 순 없나? 난 그 점이 궁금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님을 만나 이런 대중 교통 시스템에 대해 묻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는 게 아쉽다. 혹여나 내가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면 그것 또한 쉽지 않은 대중 교통 정책을 만들었다는 증거일테니까 말이다.

더불어 호텔 위주, 쇼핑 위주, 축제 위주의 관광 정책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