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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데카광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승우는 엘레나(승우가 인도 여행에서 만난 친구)와 그녀의 동생이 오는 시간에 맞춰서 마중을 가야 한다고 했다. 희정누나는 싱가폴로 가는 기차표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승우 혼자 엘레나 일행을 마중하러 갔고 나와 희정누나는 싱가폴로 가는 국제열차의 표를 끊으러 갔다. 

이날도 하염 없이 쿠알라룸푸르를 돌아다녔다. 기차표를 끊으러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어이없게도 KL센트럴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우리가  KL센트럴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승우와 헤어진지 몇 시간 뒤였다. 승우도 엘레나일행을 마중나오러 KL센트럴로 갔던 것인데 이럴거였으면 헤어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왜 우리는 다른 곳에서 기차표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폴로 가는 기차표는 KL센트럴의 윗층에서 구입을 할 수 있었는데 역시 우리가 싱가폴에서 기차표를 샀을 때보다 가격이 꽤 심하게 차이가 났다. 숫자는 거의 같았는데 뒤에 돈의 단위가 틀릴 뿐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싱가폴달러를 1달러에 600원으로 계산했고, 말레이시아에서는 1링깃을 300원에 계산했었는데 그렇다는 이야기는 거의 2배 차이난다는 것이다. 

다음날 밤에 출발하는 KTM 열차표를 산 희정누나와 나는 레이크가든을 가려고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꽤나 먼 곳인 것 같았고, 이제 저녁 시간이라 방향을 바꿔 동남아 과일 먹으러 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차우킷마켓으로 가면 싸다는 말에 주저 없이 차우킷으로 향했다. 

이상하게 말레이시아에서는 모노레일을 많이 이용했다. MRT는 거의 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항상 우리의 목적지에는 모노레일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노레일에 올라타 맨 끝부분을 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아마 반대 방향에서 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역시 예상대로  다음번에 탈 때는 운전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모노레일의 내부의 풍경은 매우 조용하기만 했다.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모노레일에서 내렸는데 알고보니 여기가 차우킷이 아니었다. 나뿐만 아니라 희정누나도 아무 생각없이 티켓을 기계에 집어넣고 나오고 나서야 여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아까운 돈을 다시 티켓 사고 몇 정거장을 간 후에 차우킷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우킷역에 내리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의 우기시즌 아니랄까봐 갑작스러운 폭우로 아무데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 15분정도 내리더니 그 다음부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멀쩡해졌다. 

차우킷에서 어디가 시장인지 헤매다가 주변 사람에게 물어서 찾아 갔다. 시장에 도착하니 늦은 시각이라 거의 다 정리하고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 꽤 많은 상점들이 남아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가장 재미있는 장소가 바로 시장이다. 신기한 물건을 구경하기도 하고 맛있어보이는 것을 싸게 먹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가 느껴지는 곳이었기 때문에 여행을 하면서 시장은 꼭 들르게 되었다. 차우킷 마켓에 들어서니 여러 사람들이 물건을 사라고 불러세우는게 너무 재밌었다. 

우리의 목적은 과일인 만큼 과일만 봤는데 어느 가게에서 이 과일은 무엇이냐고만 물었는데 벌써 과일을 까더니 우리 입에 하나씩 줬다. 내가 너무 시다고 하니 주변에 있던 아저씨와 아줌마가 엄청나게 웃었다. 우리 표정이 웃기긴 했나 보다.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먹었던 망고스틴 맛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망고스틴만 집중적으로 봤다. 망고스틴이 작은것 밖에 없어서 계속 돌아다니며 구경만 했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하나씩 건네주는 과일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과일 한 봉지 사들고 완전 음료수와 같았던 맥주를 샀다. 그리고는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기로 했는데 근처에 공원처럼 생긴 곳도 없었다. 그나마 이 근방을 한 바퀴 도니까 대학교가 보였다. 결국 대학교 안에 들어가 벤치 안에서 과일과 함께 맥주 한잔했다. 역시 망고스틴은 너무 맛있었다. 

과일을 먹고 있을 때 경비원아저씨 우릴 발견하더니 여기서 뭐하냐고 물어 봤다. 좀 이상하게 쳐다보길래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몰랐는데 그냥 학교 구경하러 왔다고 하면서 우리는 한국의 대학생이라고 했다. 경비원 아저씨는 의심하는 눈초리였지만 알겠다면서 지나갔다. 그런데 다 먹고 난 후 다른 경비원 아저씨가 문제였다. 이 아저씨 우릴 보더니 왜 들어왔냐면서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냥 구경하러 들어왔다고 잘 몰랐다고 얘기하니 얼른 나가라고 쫓아냈다. 어차피 우리는 나가려고 했기 때문에 알겠다고 말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처음 들어올 때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는데 괜히 우리는투덜거렸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승우와 엘레나 그리고 엘레나의 동생 아르좀을 만날 수 있었다. 엘레나는 이름이 친숙했지만 아르좀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기에는 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기분이 무척 좋았다. 게스트하우스 밖에서 한국의 술인 소주도 마시고, 엘레나가 특별히 가지고 온 러시아 술도 마셔 보기도 했다. 


우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엘레나와 아르좀을 기다렸었는데 앞으로 우리의 일정은 이 친구들과 함께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여행할 계획이었다. 새로운 만남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여행은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있었다.



안드로이드 어플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 출시로 인해 기존 동남아 배낭여행 글을 전부 수정, 재발행하고 있습니다. 여행기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가다듬기 때문에 약간의 분위기는 바뀔 수 있습니다. 07년도 사진과 글이라 많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어플을 위해 대대적으로 수정을 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유저분들은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을 다운(http://durl.kr/2u2u8) 받으시면 쉽게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