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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이 컸던 우붓 왕궁을 뒤로 하고 찾아간 곳은 바로 우붓 시장(Ubud Market)이다. 우붓 시장은 왕궁 바로 맞은편에 있기 때문에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고, 찾는데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항상 여행을 하면 시장 구경을 빼놓지 않아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사실 원래부터 우붓 시장은 들릴 예정이기는 했으나 왕궁이 너무 허무해서 빨리 다른 무언가라도 봐야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다고 할 수 있다.


우붓 시장은 실내인지 실외인지 애매모호한 공간에 상점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아직까지 왜 우붓이 유명한지 깨닫지는 못하고 있지만, 확실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우붓 시장은 전통적인 재래 시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장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노란색 머리의 꼬마들이 더러 보일 정도로 여긴 철저히 관광객을 위한 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예술의 마을이라는 명성답게 쿠타와는 좀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리라는 생각으로 시장을 돌았다.


모양과 색깔이 예뻤던 팔지. 하지만 이런 모양은 미얀마에서도 캄보디아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돌아다니기에 시장은 조금 좁은 편이었다. 좁고, 조금 덥다는 게 불편하다면 불편했지만 그것보다 눈에 띄게 새로운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더 아쉬웠다. 쿠타의 어느 상점에 가서도 구입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많다고나 할까? 아무튼 전통적인 재래 시장이 아니다보니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기념품이 될만한 것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쿠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을 우붓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남자의 성기모양을 한 공예품인데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다. 남자가 봐도 낯뜨거울 정도인데 가만 돌이켜보면 이는 발리 사람들이 주로 믿는 힌두교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힌두교를 많이 접하진 않았지만 신전이나 관련된 조각을 살펴보면 링가(남근상)을 의미하는 것이 많다. 힌두교의 대표적인 신, 시바가 타고 다닌다는 황소 '난디'도 사실 링가를 의미한다고 한다. 힌두교에 대해서 깊이 알지는 못해 남에게는 정확하게 설명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공예품들은 대략 링가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었다.


우붓 시장은 한 번쯤은 둘러 볼만하지만 우붓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찾기는 힘들었다. 하긴 같은 발리 내에서 일부러 다른 것을 찾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그냥 쿠타와는 다른 뭔가를 보고 싶었다는 욕구때문이었나 보다. 생각보다 일찍 흥미를 잃고, 밖으로 나갔다. 하긴 어차피 시간이 없어 이렇게 시장에서 머무는 것보다 몽키 포레스트로 가는 게 낫긴 했다.


밖에서는 과일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역시 가장 먼저 망고스틴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큼지막한 망고스틴이 먹고 싶어졌다. 옆에 있던 어느 서양 여자들도 망고스틴을 사려고 하는지 기웃거리자 아주머니가 급하게 잘라 먹어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다짜고짜 비닐봉지에 싸서 보여주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옆에 있던 내가봐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서양 여자들은 비싸다고 하자 가격을 금세 깎는데 그래도 처음 제시된 가격이 너무 비싸긴 했다.

생각해보면 발리 쿠타도 그랬지만 우붓은 이런 게 좀 더 심한 것 같다. 그러니까 애초에 가격을 너무 세게 부른다. 흥정도 적당한 선에서 시작해야 이루어지는 법이지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부르면 흥정은 커녕 사고자 하는 마음이 아예 싹 달아난다. 아마 그래서 우붓이 비싸다고 느낀 것 같다. 이럴 때는 인정이 넘쳤던 자바섬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