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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르노카라바흐(Narogno Karabakh)라는 국가를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국제사회에 몇 안 되는 미승인국가다. 일명 아르메니아계 괴뢰국가. 따지고 보면 북한도 남한이 인정하지 않은 괴뢰국가이지만(반대로 북한은 남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반해, 여기는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했어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케이스다. 아무래도 인구도 적고, 국력도 약한데다가, 상대적으로 세계의 관심에서 떨어진 곳이라 그런 것 같다. 때문에 다른 미승인국가와 달리 점선으로도 표시되어 있지 않고, 구글지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진짜 미지의 나라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간혹 역사적인 이름을 따서 아르차흐(Artsakh)로도 불린다.

 

나고르노는 러시아어의 고산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산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볼거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수도를 제외하면(어쩌면 포함해) 오지나 다름없는 곳이고, 여행자도 거의 없다. 하지만 볼거리가 없다고 여행까지 별로인 적은 별로 없었던 것처럼 오히려 나는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분에 무지하게 만족스러운 여행지였다. 이곳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하다면 위키피디아나무위키의 문서를 참고하자.

 

여행정보는 론리플래닛(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편)을 살펴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최신판이 아니더라도 가격이나 정보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여행에 도움이 된다.




기본정보
국명 : 나고르노-카라바흐(NKR; Nagorno-Karabakh) 또는 아르차흐(Artsakh)
수도 : 스테파나케르트(Stepanakert)
인구 : 14만 7천명
언어 : 아르메니아어, 러시아어
정부 : 불안정 국가(국가를 구성하는 정부는 있으나 대부분 아르메니아와 연관)
통화 : 아르메니아 드람(AMD)
종교 : 아르메니아 정교
시차 : –5시간

 


주관적 정보

물가
물가는 저렴한 편이다. 다만 숙박비는 선택의 폭이 좁아 4000드람을 지불했다. 이는 아르메니아의 다른 지역도 비슷한 편이라 크게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보통 하루 3만원 내, 배낭여행자라면 2만원 정도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 사실 크게 할 게 없어 돈을 쓸 수 없는데다가 관광지라고 할만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가끔 와인을 사거나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게 전부였다. 교통은 대부분 히치하이킹을 했다.


환율
4000드람에 10달러로 계산하면 쉬웠다. ATM이 많아 돈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다. ATM에서 돈을 인출하면 아르메니아 드람(AMD)이 나온다.


치안
생각보다 훨씬 안전하게 느껴져 괜찮다고 말하고 싶으나, 여기는 말 그대로 분쟁지역이다. 언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충돌할지 모르는 곳이라 무조건 안전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매일 군인이나 탱크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너무 순박해 위험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여행시기
11월은 그리 좋지 않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라 추운 건 말할 것도 없고, 11월 초에도 눈이 내리거나 비가 계속 내리는 등 날씨가 매우 안 좋았다. 다만 다디반 근처에 있는 온천을 간 적이 있는데 이건 이점으로 작용했다.


여행 매력도
볼거리 ★☆☆☆☆
친절도 ★★★★★
편의성 ★☆☆☆☆



입국방법과 비자
입국하기
세반 호수를 지나 연결된 도로가 분명히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이어져 있지만, 여행자는 대부분 고리스(Goris)와 연결된 M12 도로를 이용해 입국한다. 아무래도 수도인 스테파나케르트로 바로 가야 하는 이유도 있을 테고, 북쪽은 도로사정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입국이 가능한지조차 모른다. 나는 고리스에서 히치하이킹을 통해 이동했는데, 듣기로는 예레반과 고리스에서 매일 스테파타케르트로 향하는 마르슈트카가 있다고 한다. 참고로 스테파나케르트에서 예레반으로 돌아가는 마르슈트카는 3500드람이었고, 6시간 정도 걸린다.


비자

예레반에서도 받을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비자 없이 들어가도 되는데, 일단 국경에서 여권 검사를 한 후 스테파나케르트 내에 있는 외교부에서 비자를 받으면 된다. 비자 비용은 3000드람이고, 21일짜리 비자를 받게 된다. 그리고 비자를 여권에 붙일지 여부를 물어보는데 혹시라도 아제르바이잔을 입국할 예정이라면 붙이지 않는 게 좋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비자가 붙어 있는 여권은 아제르바이잔에 입국은 물론이고, 비자 신청을 절대 할 수 없다.


비자를 신청할 때는 체류하는 지역을 적게 되는데, 딱히 검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도 일단 다 적는 편이 좋다. 다만 아제르바이잔과 인접한 지역, 가령 아그담(Agdam)의 경우는 적어도 제외된다. 비자와 함께 거주지에 대한 문서를 받게 되는데 이는 출국할 때 국경에서 회수하므로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테파나케르트(Stepanakert)
전쟁으로 파괴된 슈시를 대신해 새롭게 수도가 된 스테파나케르트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중심이다. 여행자는 다른 곳에서 묵을 필요가 거의 없고, 거리가 멀더라도 대부분 스테파나케르트를 거점 삼아 당일로 여행을 다닌다. 수도이긴 해도 워낙 작은 동네라 하루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관광지
①위 아 아워 마운틴스(We Are Our Mountains)
거대한 얼굴이 인상적인 석상으로, 이곳의 상징으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금 웃기게도, 혹은 귀엽게 생겼다.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몇 안 되는 사진을 찍기 아주 좋은 장소이다. 스테파나케르트에서 빠져 나가는 길 언덕 위에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물론 걸어 갈 수 있다.



②아르차흐 박물관(Artsakh State Museum)
스테파나케르트를 비롯해 나고르노카라바흐의 모든 박물관은 무료다. 평소 박물관은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이해할 목적으로 방문하길 권한다. 물론 별 달리 할만한 게 없다는 점이 박물관 방문을 강요한다. 아르차흐 박물관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전반적인 역사를 비롯해 흥미로운 카페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 무료로 가이드(영어)도 받을 수 있다. 아르차흐 박물관은 분수가 있는 샤후메인 흐라파라크(Shahumain Hraparak) 근처에 있다.

 

③ 전쟁박물관(Museum of Fallen Soldiers)
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당시 전쟁 상황을 담은 사진 및 무기가 전시되어 있다. 전쟁박물관 바로 옆 건물에는 실종군인 박물관(Museum of Missing Soldiers)이 있는데 여기는 그냥 실종된 군인들의 사진만 전시되어 있어 흥미를 끌만한 곳은 아니었다.



④ 러버스 밸리(Lovers Valley)
예레반에 있는 카스케이드(Cascade)의 미니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의미를 알기 어려운 특이한 조형물이 있긴 하지만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⑤ 샤후메인 흐라파라크(Shahumain Hraparak)
밤에 이곳에 오면 조명과 함께 올라오는 분수를 볼 수 있다. 물론 예레반의 리퍼블릭 스퀘어의 화려한 조명과 분수에 비하면 정말 초라하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이라면 이곳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



숙소
①엘라햄릿 게스트하우스(Ella&Hamlet Guest House)
몇 군데의 숙소가 더 있지만 내가 선택한 곳은 론리플래닛에도 나와 있는 엘라햄릿 게스트하우스였다. 일반 가정집을 연상하게 하는 곳이고, 실제로 어떠한 간판도 없었다. 주인 할머니가 아침마다 돈을 받으러 오는 것을 제외하면 사람 보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 추운 날씨였음에도 두꺼운 이불과 히터를 가져다줘서 그리 춥지 않게 지냈다. 주방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숙박비는 4000드람이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 스테파나케르트 숙소, 엘라&햄릿 게스트하우스(Ella&Hamlet Guesthouse)


식당
①타쉬르피자
나름 그럴듯해 보이는 식당인데다가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있었다. 피자 3조각에 950드람 정도였다.

 

②벨라도나
외교부 바로 맞은편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그담(Agdam)

(경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정부에서 여행을 금지한 지역이며, 국경과 인접한 지역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파괴된 도시. 그래서 가보고 싶었다. 사실 나에겐 나고르노카라바흐 여행의 주목적이기도 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으로 인해 건물은 파괴되고, 여기에 살던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모두 떠나야 했다.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을 둘러보면 과연 유령도시라고 설명될 만하다. 마침 내가 여기를 여행할 때는 비가 와서 더욱 음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그담은 과거 아그담 주의 주도였을 정도로 큰 도시였으나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그런데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이고, 연기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몇 명은 어딘가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관련글]
http://en.wikipedia.org/wiki/Agdam



지금도 아제르바이잔 국경과 매우 가까워 공식적으로는 출입금지 구역이다. 비자를 신청할 때 아그담을 적어도 거주등록증을 받을 때는 지워진다. 이곳을 여행할 때는 현지 사정을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방문하는 게 좋다. 군인도 항상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나고르노-카라바흐 정부에서도 여행금지로 지정한 곳이다. 근데 여기가 복불복인 게 내가 갔을 때는 군인을 몇 명 만났지만 별다른 말도 안 하고 오히려 인사를 건넸는데 반해, 다른 여행자는 장교를 만나서 그런지 왜 이곳을 왔냐며 추궁을 당했다고 한다. 당연히 결과는 추방.


 

가는 방법
정상적이라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여긴 말 그대로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이자, 현재도 아제르바이잔 국경과 매우 가까워 매우 민감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①택시
정부에서 가지 말라고 해도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은 아니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해 가는 건 가능하다. 다만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리 먼 지역이 아님에도 왕복 8000드람을 줘야 한다.

 

②히치하이킹
또 하나의 방법은 히치하이킹을 하는 방법이다. 나는 이렇게 다녀왔다 가까운 마을 아스케란(Askeran)까지 마르슈트카를 타고 이동한 후 히치하이킹을 시도해 아그담으로 들어가는 갈림길까지 갔고,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들어갔다.  히치하이킹을 하더라도 아그담으로 가는 차가 거의 없어서 쉬운 편이 아니라 몇 km는 걸어야 한다고 봐야 한다. 돌아올 때는 운이 좋게도 군용차를 얻어 타고 나왔다.

 

볼거리
폐허가 된 도시를 보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 폐허가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가장 큰 볼거리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걷다 보면 과거 도시 규모가 무척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중심부를 조금 지나면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그담 사원(Agdam Mosque)이 있는데, 여기를 올라가면 아그담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슈시(Shushi)
전쟁으로 폐허가 된 옛수도다. 규모도 매우 작다. 사실 볼만한 것은 거의 없어서 약간 실망했다. 슈시 시내를 돌아다니면 특이해 보이는 정교회 성당이 있는데 들어가지 않았고, 대신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트 박물관에는 가봤다. 무료인데다가 설명해주는 사람이 매우 친절해 마음에 들었다. 버스터미널 부근에서 마르슈트카를 타면 200드람에 갈 수 있다.




마르타케르트(Martakert)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마르타케르트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대신 마르타케르트로 가는 길에 폭격으로 무너진 집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마르슈트카를 타면 800드람에 갈 수 있다.




티그라나케르트(Tigranakert)
마르타케르트에서 스테파타케르트로 가기 도중에 들른 곳으로 사실 티그라나케르트가 아닌 이곳에 있는 샤흐부락 성(Shahbulag Castle)을 보기 위해서였다. 성은 복원한 것이라 매우 조잡해 보였지만 입장료가 250드람으로 매우 저렴해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반크(Vank)
반크를 간 이유는 오로지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곤드자사르(Gondzasar) 수도원을 보기 위해서였다. 반크까지도 상당히 멀어 당시 만났던 한국인 여행자 분의 택시를 거의 얻어타다시피 했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다디반크(Dadivank)
스테파나케르트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지역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산길을 걷다가 히치하이킹(최소 5번)을 하는 식으로 다디반크에 도착했는데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유일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다디반 수도원(Dadivank Monastery)도 늦은 시각이라 문을 닫았다. 얼마나 오지였는지 당시 만났던 할머니 말에 의하면 집이 22채 밖에 없다고 한다. 해가 지던 막막했던 상황 중에 다른 여행자와 만나 현지 할머니 집에서 잘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아르메니아 친구가 통역도 해줘서 할머니와 의사소통이 가능해 같이 저녁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스테파타케르트로 돌아갈 때도 히치하이킹을 했다.


 

관광지
①다디반크 수도원(Dadivank Monastery)
들어가보지 않아 뭐라 평가를 내릴 수가 없다. 내부에 성화가 있다고 한다.


②온천
다디반크 근처에 온천(Isti Su Hot Spring)이 있다. 사실 쉐어택시를 타고 가도 무려 1시간 반이나 걸릴 정도로 멀어 근처라고 말하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정말 괜찮았다. 특히 당시 겨울이라 온천에 몸을 담그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다만 교통 사정이 매우 안 좋아 쉐어택시로 무려 8,000드람(당시 함께 있던 사람들과 나눠서 1인당 2,000드람)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