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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엥고원 투어는 데려다 주는데로 가면 되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부분은 없었다. 그저 운전하던 아저씨가 다음 목적지는 사원이라고 하면 알겠다고 대답하는 정도였다. 정말 다음 목적지는 사원이었다. 론리플래닛을 보니 아르주나 사원(Arjuna Complex)라고 되어있었다. 지도에 몇 개의 사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것처럼 생각되었다.

디엥고원 내에서는 각 관광지마다 이동거리가 짧은 탓에 차를 타고는 금방 도착한다. 이는 아르주나도 그랬고, 그 다음 관광지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각 관광지를 살펴 볼 수 있었다. 대신에 가이드는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깊은 산골짜기에 가이드가 있을리 만무하고, 이 투어의 경우 순전히 교통만 제공하는거라 아저씨는 그냥 운전만 했다.

* 론리플래닛에서는 아르주나 사원군(Arjuna Complex)라고 되어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여기는 빤다와 사원군(Pandawa Complex)이고, 이 안에 아르주나 사원이 있다고 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어떤게 정확한 명칭인지 확실치 않아 일단은 론리플래닛에서 있었던 아르주나 사원군으로 표기한다. 근데 이 사원 입구 앞에 있던 표지판에 KE KOMPLEK CANDI ARJUNA라고 써 있는 것으로 보아 아르주나가 맞긴 맞는 것 같다. (인도네시아어나 말레이어는 알파벳으로 소리나는 데로 표기하기 때문에 대충 알아 볼 수 있다. 그 중 Candi는 사원이라는 뜻이다)

아르주나 사원으로 걸어갔다. 알렉산더와 매트는 아직 우리와 어울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지네들끼리 먼저 가버렸다. 보통 여행지에서 만난 서양인들은 아무리 어색해도 친해지려고 몇 마디 말을 건네기도 하는데 얘네들은 좀 예외였다. 근데 이 당시에만 그랬고, 조금 시간이 지났을 때는 친해져서 말도 많이하고, 사진도 같이 찍게 되었다.

걸으면서 느꼈던 것은 역시 디엥고원에는 여행자가 별로 안 보인다는 점이었다. 하긴 인터넷을 뒤져봐도 아르주나 사원에 대한 내용은 거의 찾기 힘들다.


사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여기가 내가 생각하는 오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미흡하나 포장까지 되어 있었다. 5분 정도 걸어가니 넓은 평지에 사원들이 나타났다.


깔끔하고 넓은 평지 위에 사원군이 보였다. 아르주나 컴플렉스(Arjuna Complex)라는 영어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지만 아르주나 사원은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의 사원이 있던 단지였다. 총 5개의 사원이 있는데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거의 붙어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화려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던 프람바난과 보로부두르를 본 이후라 이런 작은 사원에 눈길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원들은 과거 힌두교가 번성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디엥고원에서는 여행자가 거의 없었다고 했는데 아르주나에서는 몇 명 보이긴 했다. 여행자가 있긴 있구나! 괜히 여행자가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계단을 올랐다. 각 사원마다 계단이 있었는데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안에 들어가도 그리 특별해 보이는 무언가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근데 고원이라 그런지 몰라도 하늘이 계속 흐렸다가 맑았다를 반복했다. 비가 올 그런 날씨는 아니었는데도 갑자기 구름이 많아지는게 좀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다.


사원이라기 보다는 탑에 더 가깝게 보였던 아르주나 사원군을 한 바퀴 둘러보고 돌아섰다. 사원 자체는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직 디엥고원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터라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다음 장소는 어디일까 궁금했다.


돌아오는 길에 히잡을 두른 여인들과 마주쳤다. 간단히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고 싶었다. 어쩌면 이슬람교의 여성들이라 보수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정말 의외로 아주 흔쾌히 응해주는 것이었다. 확실히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중동, 심지어 말레이시아 종교관보다도 더 유연했다.


입구 앞에서 팔던 구운 옥수수를 보자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보기에는 그럴듯한데 맛은 어떨까?